공헌(貢獻)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힘을 써 이바지하거나 공물을 바치던 일이라고 되어 있다. 이렇듯 공헌은 의미가 너무 크다. 그래서 개인이 혼자서 하기보다는 기업이나 기관 혹은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들이 주로 하는 돈을 많이 내는 기부가 사회공헌의 의미로 굳어져 가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 돈 만 기부하던 방식에서 점차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직접 참여 등으로 사회공헌의 진정성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다. 실제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좋다. 특히 연예인들도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해 기부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연예인 기부 순위를 보면 가수 하춘화씨가 48년간 약 200억원을 기부해 1등을 차지했다. 하춘화씨는 한 번도 이게 본인 돈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한다. “나누기 위해 쓰라고 생긴 돈”이라며 앞으로도 노래와 함께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한다. 참 멋진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나 개인들의 기부로 이어지는 사회공헌 활동은 생활 속에서 일상화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하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이제부터라도 사회공헌은 누구나가 생활 속에서 이웃을 챙기며 서로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는 사회운동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컨택센터에는 40만명의 상담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2010년 서울시와 함께 영세독거노인 3만2천명에게 1주일에 2번씩 전화를 거는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독거노인들로부터 전화를 받겠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쉽지 않았고, 동의 받은 DB로 상담사들이 전화를 걸자 대부분 귀찮다는 듯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아 상담사들이 무척 당황해 하고 힘들어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상담사들의 프로보노(Pro Bono,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 서비스)는 시간이 가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에게 한 통의 전화는 그 어떤 금전적인 지원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갔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흡족해 하셨고, 상담사들도 1주일에 전화 2통으로 친정 부모님들에게 전화하듯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협회와 서울시가 시작했던 온라인복지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국제 NGO단체인 Good People과 함께 장애우들을 돕기 위한 Give & Run 행사를 진행하며 누군가를 위해 투자한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는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끼는 귀한 시간들이 되었었다. 그리고 센터에서 쓰다가 교체하는 폐 컴퓨터를 기증받아 중고컴퓨터라도 꼭 필요한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기업에 기부하는 행사를 5년 가까이 진행해오고 있다.
2022년 검은 범띠 해를 맞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고귀한 사회공헌활동인 헌혈을 제안하고 싶다. 피는 공장에서 백신처럼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는 피는 반드시 건강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헌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보통 5일 정도 사용할 피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군인과 학생들의 단체 헌혈이 감소하여 보유량이 3일치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다. 이렇게 되면 피 부족으로 생명을 잃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된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고, 1년에 5~6번을 넘을 수 없다. 헌혈한 지 15년 정도 되는데 현재 76회 정도 헌혈을 하였다. 헌혈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헌혈한 피에서 헌혈자의 건강도 함께 점검해주니 1석2조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건강을 헌혈을 통해 건강검진을 챙기는 가운데 내 Bucket List에는 100번 헌혈하는 것이 들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이나 기관 그리고 연예인들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공헌을 하는 작지만 알찬 사회운동으로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황 규 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