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잠잠한(조용한) 날이 없다. 정권이 교체되자 과거 정권에서는 진실이라고 먹혔던 사건이 새로운 정권에서는 그것은 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양쪽 다 자기들이 맞고 상대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다. 그럼 진실을 까면 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진실은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되어 향후 15년간 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진실을 보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감추려는 자가 있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고 말 것이다.
진실은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감추기 쉽지 않은데 기록으로도 남아 있고, 그 문서를 만든 사람을 포함해 진실을 아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숨길 수 있겠는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설화를 보면 왕의 머리를 깎던 이발사는 이 사실을 발설하면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알기에 비밀로 간직하려 하지만 이러다 병이 날 것 같아 대나무 숲에 가서 땅을 파고 속 시원하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 이후 대나무 밭에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고 그로 인해 온 백성이 다 알게 되고 만다.
이렇듯 진실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진실을 감추려고 이리 막고 저리 막다가 궁극적으로 사실은 밝혀지고 감추려던 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도 그 당시 진실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고 정권을 잡은 여당이 밝히고자 총력을 쏟고 있기에 이를 덮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부러 피살된 공무원이 죽기를 바라거나 죽인 것이 아니라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맞다. 그 당시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국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기에 하는 말이다. 아니면 알려진 대로 정권에 유리하게 써 먹으려고 조작을 했다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사망한 사람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억울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사망한 것인데 월북으로 조작되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사실 그대로 밝히지 않고 왜곡하는 것일까? 왜곡함으로써 득을 보는 쪽이 있기 때문이리라. 세월호 참사는 누가 봐도 자연재해가 분명한데 전 정권에서 무언가 다른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억지를 부리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총 3년 6개월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를 총 9번 진행했다. 거기에 쓴 예산만 무려 572억이다. 무려 3년 반 동안 572억을 투입해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사후 대처가 미흡한 것이 문제였지 누가 일부러 침몰시킨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으리라. 어찌 되었든 그렇게 계속 이슈를 만들면서 정권은 득을 보았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하면서 먹고 살았으리라.
이제부터라도 일부러 문제를 만들어 진실을 왜곡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일은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40여만명의 상담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컨택센터 산업에도 왜곡된 결과를 발표하며 종사자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컨택센터는 정부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어, 근무환경이나 복지정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나쁘지 않다. 그런데 몇몇 기관들이 컨택센터 상담사들이 대부분 정규직임에도 비정규직이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감정노동도 산업안전보건법을 포함해 기업들이 용기를 내어 언어폭력을 구사하는 범죄자들을 단죄하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업들이 상담사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떠들며 지속적으로 조사를 해 본인들의 원하는 부분을 부각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컨택센터산업 종사자들과 기업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컨택센터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2010년 지식경제부 예산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콜센터 산업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와 2011년 실시한 “콜센터 인력수급 개선방안 연구”이다. 그 조사로 나온 여러 정책들이 컨택센터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그 이후 10년 넘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40만 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컨택센터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실시해 종사자들의 대우를 현실화하여 제대로 된 일자리로 만들어주기를 정부에 건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