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저널 2024년 7월호]
[2024 Special Column] Chat GPT시대 휴먼 상담의 방향
(7) Empowering
Chat GPT시대 컨택센터 Human상담사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Chat GPT는 그럴듯한 답을 예상했던 수준만큼 내놓는다. 뻔한 답일 뿐 뾰족한 답은 아니다. 그래서 탐탁치 않아 휴먼상담사를 찾게 된다. 그런데 휴먼상담사조차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산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와 같은 뻔한 답을 하면 고객은 실망하게 된다. 인공지능 챗봇에게 짜증이 났다면 휴먼상담사와 화가 난 상태로 통화를 하게 된다. 휴먼상담의 차별적 우위는 표준화가 아니라 맞춤화다.
“고객님께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유사한 사례를 비교해봤을 때 이 방법으로 해보시 길 추천 드립니다” 와 같은 맞춤상담을 하려면 휴먼상담사에게 새로운 차원의 역량이 필요하다. 검색해서 나오는 내용을 복사한 듯 답하는 것은 기계의 역할이다. 이제 휴먼상담은 창의적인 명령어를 넣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답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며 매뉴얼만 요구하는 휴먼상담사는 맞춤 상담을 수행하기 어렵다. 리더에게 물어봤자 리더도 답을 모른다. 맞춤상담은 실무적 감각으로 고객상황에 맞춰 창조적 해결책을 찾아 자신감 있게 제안하는 일이다.
어떤 조건이 되어야 맞춤상담을 할 수 있을까? 수십억을 들여 추천 솔루션 기능이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구비하면 가능할까? 휴먼상담사는 왜 권한이 있어도 권한을 발휘하지 않고 지침을 달라고 할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권한도 발휘해 본 사람이 발휘한다. 휴먼상담사는 아직 권한을 쓰는 것에 낯설다. 안 해 봤던 일이라 어렵고, 했다가 문책 당할까 조심스럽다.
창조적 맞춤 상담을 하기 어려운 3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휴먼상담사는 진짜 해야 하는 일, 가장 중요한 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콜 실적을 채우면 되는지, 고객에게 추가 제안을 하는 게 중요한지, 고객 수고로움을 예방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다. 다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포상은 편법을 쓰는 사람이 받는 경우도 있다. “이 고객에게는 여기까지 해드리고 저 고객에게는 이런 부분을 도와드려야겠다”라고 권한을 발휘하는 의사결정을 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레짐작으로 어림짐작할 뿐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권한을 써야 할지 배운 적이 없다.
둘째, 휴먼상담사는 맞춤상담을 하는데 어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지 모른다. “담당이 따로 있습니다, 그 점은 좀더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그 일은 서류가 필요합니다” 등 기정사실화했던 일들이 그저 관례일 뿐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아닌 경우도 많다. 어느 부분을 생략하고 누구에게 융통성을 발휘해도 되는지 재고해보거나 구상해 본 적이 없다. 사과표현이나 금액 할인 뿐 만 아니라 고객에게 유리한 조언, 유머, 개성이 넘치는 개인기, 통사정 등 다양한 옵션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해도 되는지 몰랐고 나만의 개인기가 무엇인지 탐구해 본적 없다. 그저 필수 안내사항을 외우고 감점되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써왔다.
셋째, 휴먼상담사는 자신이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모른다. 책임을 맡고 재량권을 발휘하는 것은 정해진 몇몇 리더만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에 매여 있다. 자신에게 그런 권한과 능력, 동기와 창의력이 있다는 것을 잊었다. 用不用說이다. 없어서 못 쓴 거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쓰지 않아서 퇴화한 거다. 그저 하던 대로 했고 시키는 대로 하면 안전했기 때문이다.
요즘 컨택센터는 집은 나섰는데 갈 곳은 정하지 못한 여행객 같다. 기존의 방식이 안된다는 것은 아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는 상태다. 이럴 때 휴먼상담사 내면에 잠자고 있던 지혜와 인간미를 일깨워야 한다. 놓치고 있었던 인간성과 창조성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바로 Empowering 이다. 예전에는 리더가 판단한 대로 지침과 가이드를 제시했고 실천여부를 점검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리더가 결정하고 구성원이 따르는 게 아니라 구성원이 잘 결정하도록 리더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이 잘 판단하도록 지원하고 구성원이 판단한 대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휴먼상담사는 하루 아침에 Empower 되지 않는다. 자기 안에 있는 능력과 효능감을 신뢰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업무역량을 발휘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효능감은 자율과 책임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어난다. 인공지능 기술이 똑똑해지는 것은 시간만 필요할지 모르지만 인간적 도약은 차원이 다른 변혁과 변성(變性)이 필요하다.
< 글 >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toptmr@hanmail.net)